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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대한민국에서 부부로 산다는 것(박정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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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노인종합복지관 등록일 : 2013.05.28 조회수 : 1327

이효설기자 이현덕기자
2013-05-25 08:06:56  
[가정의 달에 되돌아본 부부 .1] 결혼 51년차 박정수·류순희씨
1분1초만 늦어도 불호령이던 남편
평생 순종하며 참고 또 참아온 아내
늙고나자 옥신각신·티격태격하지만
“여생 행복하게 살고 함께 떠나고싶어”

박정수·류순희씨 부부가 대구시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 하늘정원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가정의 의미가 새삼 중요해지는 5월입니다. 오늘날, 부부는 한평생을 같이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잘 살아가는 부부들이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여건 속에서 재미있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결혼이민여성과 사는 장애인 남편, 재혼 커플, 또 인생의 황혼을 함께 걸어가는 노부부, 미국인과 사는 한국인 여성 등 우리 시대를 사는 여러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어떤 갈등이 있었으며, 또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이번주 Y스페셜은 부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행복한 가정이 어떤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길 바랍니다.



결혼생활 51년차. 반세기를 함께 한 박정수(78) ·류순희씨(75) 부부는 그 세대 부부가 대개 그렇듯 한번 맺은 인연은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편은 평생 가정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따랐다. 남편은 50여년을 지낸 후 그제야 아내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내가 착한 할멈을 잘 만났제.” 아내는 싫은 척 좋아하며 빙긋 웃는다. 봉사활동이 하루에 2개씩 잡혀있다는 이 두 사람을 지난 23일 오후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로비에서 만났다.

팔순을 바라보는 남편 박정수씨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절대 안 되는 것, 죽어도 하기 싫은 것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두루뭉술한 걸 평생 못 봤다고 아내 류순희씨가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큰 딸이 어릴 때 초·중·고교에서 ‘영조 아버지’로 이름을 날렸다. ‘어머니회’에 아내 대신 12년 동안 참석하며 딸의 학교생활에 신경썼다. 큰 딸이 교회 반주를 평소보다 더 하게 되는 바람에 귀가시간보다 한 시간 늦어지게 됐는데 남편은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교회 목사가 집까지 찾아와 사과하자 그제야 딸을 집으로 들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5남매를 키운 류씨가 갓난아이 둘을 간신히 재워놓고 잠이 설핏 들었다. 이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박씨가 대문을 두드렸는데, 안에서 기척이 없었다. 화가 난 남편은 대문을 발로 ‘뻥’ 차며 들어오는데, 이때마다 류씨는 화들짝 놀라 뛰어나가 어쩔 줄 몰라했다. 류씨는 “초인종이 없으니 잠이 들어있으면 소리가 안 들렸어. 무슨 죄인처럼 미안해하고 그랬어. 내가”라며 신혼시절을 떠올렸다.

다 큰 자식들은 가끔 그런 엄마 탓을 한다. “엄마가 너무 순종하니까 아버지가 그런 거야. 여자가 (남자) 길을 잘 들여야지” 한다. 이에 류씨는 기자에게 “어쩌겠노? 둘이 같이 성내면 집안 박살밖에 더 나요? 한 사람이 기분 안 좋을 땐 나머지 한 사람은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지” 한다.

여자는 시대가 그랬고 세대가 그랬다고 했다. 친정 아버지한테 귀가 닳도록 들은 훈계가 “가시나가 어데 학교 간다 카고, 연애질이라도 해봐라. 내, 당장 호적을 파뿔끼다! 알긋나”였다. 류씨는 이 한 마디가 너무 무서워 영천서 십 리되는 학교길을 고개도 한번 못들고 왔다갔다 했다. “정말 호적에서 파낼까봐 남학생 얼굴도 한 번 못 쳐다봤지”하며 웃었다.

반평생 동안 한 이불을 덮은 부부도 아직까지 옥신각신한다. 남편이 “부부가 해로하려면 한 사람이 참아야 된다”고 단언하자, 아내가 벌떡 일어나 찬물 한 잔을 떠왔다. 류씨는 “아이고, 참”하며 물을 들이켜고는 “당신도 한번 참아 보소. 평생 참고 살아야 해”라고 응수했다. 남편은 조금 미안한 눈치다. “늙고 나선 내가 할멈한테 언제 참으라 했다고” 하며 말끝을 흐린다.

부부는 그래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에 자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이 예순셋에 금고에서 퇴직할 때까지 풍족하진 않았어도 돈 아쉬운 것 모르게 해줘 아내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자식농사도 “이만하면 됐다”고 했다. 딸 자식 피아노도 시켜보고 한놈은 유치원 원장도 돼 있고 박사도 만들어놨다. 얼마 전 어버이날엔 5남매가 서울 등지서 다 모였다.

“이제 서로 건강한 것만 남았지요.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잖아요. 자식들 걱정 안끼치고 둘이 이렇게 잘 살다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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